남들 다 가는 스페인, 포르투갈<2> 걸으면서 만나는 스페인 여행의 첫 맛

-1일 차 : 바르셀로나-스페인 광장-카탈로니아 미술관-몬주익 성

도시여행은 걷는 것이 제 맛
바르셀로나 엘프라트 공항에 밤 9:30에 도착했다. 어제 12:45에 방콕 수완나폼 공항을 출발해서 취리히에서 환승, 다시 취리히에서 1시간 40분을 날아왔다. 환승할 때 취리히에서 여권과 짐 검사를 까다롭게 하더니, 바르셀로나에서는 검사를 하지 않는다. 짐 찾고 바로 공항 밖으로 나왔다.

택시를 탔다. 늦은 도착이라 관광은 어려워 잠만 잘 목적으로 공항 근처에 호텔을 예약했다. 공항에서 호텔까지 택시비가 14유로 정도 나왔는데, 20유로짜리를 주니까 택시기사는 ‘그라시아스’하고 잔돈 줄 생각을 안 한다. ‘그래, 팁이다~. 멀리 가지 않는 손님 태웠고, 스페인에서 처음 돈 쓰는 거니까^^’

호텔은 작지만 깨끗하다(1박 53유로). 샤워하고 일찍 잤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전철을 타고 시내에 있는 호텔로 이동했다. 인터넷에서 배운 T10 티켓(10.2유로)을 전철역에서 구입했다. 전철과 버스를 10번 탈 수 있다고 한다. 여러 명이 같이 사용해도 되는 거라 편리하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태거를 사람 수만큼 하면 된다. 전철과 버스로 갈아타면서 호텔까지 이동해서 가방만 맡겨두고 본격적인 투어에 나섰다.

오늘은 스페인 광장 근처에 있는 카탈로니아 미술관과 몬주익 성을 둘러볼 계획이다.

바르셀로나 스페인 광장으로 향했다. 이동 수단은 ‘다리’, 걸었다. 걸으면서 동네 구경도 하고, 빵도 사 먹고, 사진도 찍고. 어느 도시를 가던 시내 관광은 걸어서 하면 좋은 점이 많다. 길을 금방 익힐 수 있어서 좋고, 그곳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어서 좋다. 상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 카페에서 커피와 페스츄리로 아침을 먹는 사람들,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는 노인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그들을 보며 내가 새로운 곳, 낯선 곳에 와 있구나 하는 것을 실감한다.

많지는 않지만 교통비를 아끼는 것은 덤이다.

걷다 보니 호텔로 이동하면서 전철에서 내린 그 역(Barcelona Sants)이다. 걷지 않았으면 몰랐겠지만, 아하 여기가 거기구나, 그럼 이곳의 지리가 이리저리 되는구나 하고 도시의 지리를 빠르게 익히게 된다.


로마를 그리워하는 스페인 광장
10여분 걷다 보니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스페인 광장이다. 광장 주변으로 고대 로마시대를 연상시키는 돌기둥들이 서 있다. 유럽은 어디를 가나 로마시대에 대한 로망이나 향수를 가지고 있다. 유럽 문화의 뿌리가 그리스 로마와 기독교이기 때문이겠다. 광장 중심에는 삼각기둥 모양의 탑 안쪽에 석상이 있고 주위로 분수가 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는 일반적인 광장이라기보다는 로터리 같은 느낌이다.

광장 주변에는 기념품, 목걸이, 모자, 티셔츠 등을 파는 좌판이 많다. 아마도 아프리카에서 넘어온 불법(?) 이주자들이 아닌가 싶은데, 다행히 경찰들이 단속은 하지 않는다. 세계 3대 미항이라는 이탈리아 나폴리에 가도 좌판이 엄청나게 많다. 그곳은 단속이 심해 시시때때로 물건을 싸서 쫓겨다닌다. 좌판에서 파는 물건 값은 대부분 1유로. 기념품 상점에서 파는 물건이랑 비슷한데 오히려 더 싸다. 도와준다는 마음으로 몇 개사 줘도 좋겠다.

저 멀리 높은 언덕 쪽에 성 같은 카탈로니아 미술관이 보인다.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이 넓고 시원하다. 주변의 가로수도 운치가 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그런지 마라톤 행사가 있다. 쌀쌀한 날씨에 짧은 운동복을 입은 채 달리는 사람도 있고, 이미 마쳤는지 삼삼오오 걸어 내려오는 모습도 보인다. 1992년 제25회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황영조 선수가 이 몬주익 언덕을 내달려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을 기념하는 행사일까, 나는 잠시 그러리라 기분 좋게 상상했다. 계단을 오르기 전에 분수쇼로 유명한 몬주익 분수가 있다. 밤에 보면 환상이라는데, 아쉬웠다.


중세 미술의 보고 카탈로니아 미술관
드디어 카탈로니아 미술관. 입장료는 12유로. 오디오 가이드 서비스(4유로)도 있는데, 중국어와 일본어는 있지만 한국어는 없다. 전 세계에서중세 교회 미술의 보고라고 일컬어지는 곳이다.

전시관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고, 1층에는 중세 고딕 미술/중세 로마네스크 미술, 그리고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 전시관이 있고, 2층에는 현대 미술을 전시하는 곳이 세 구역이 있다. 오기 전에 여러 책에서 봤던 익숙한 그림들이 많다. 내용이 생각하는 것도 있고, 어렴풋한 기억만 나는 그림도 있다. 책에서 본 그림들을 그 현장에서 직접 본다는 흥분, 다시 그 기억으로 읽었던 책을 다시 들게 되는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미술관을 직접 찾는 것이리라. 유홍준 선생도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이전에 보이는 것과 다르다'고 하지 않았나. 그림의 경우는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그림에서 표현하는 상징과 인물과 스토리를 다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중세 교회 미술은 성서 이야기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보는 즐거움이 훨씬 더 크긴 하겠지만. 그러니 부지런히 책을 보고 기회가 되면 실물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미술관의 작품들은 보존 상태가 좋은 것도 있고 더러 훼손된 그림들도 있다. 하긴 적어도 몇 백년, 로마네스크 작품들의 경우에는 천 년의 세월을 견뎠으니 온전히 보존되리라는 기대 자체가 무리다. 특히 로마네스크 시대의 그림들은 교회나 무덤 등에 그려진 것들을 그대로 옮겨와서 전시를 한다고 한다. 혹시나 해서 관리인에게 오리지널이냐고 물어봤더니 당연히 오리지널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그림들을 둘러보며 그림에 담긴 이야기와 긴세월을 이겨낸 모습에 감동을 받으면서도 중세 교회가 저지른 수 많은 살인과 타 종교 탄압을 떠올리는 건 좀 지나친 심보일까?

미술관 밖에서 내려다보면 바르셀로나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반대편에도 이 만큼 높이의 언덕이 보인다. 그 사이 낮은 계곡에 도시가 자리 잡고 있다. 이 곳에 이런 미술관을 가진 이들이 하염없이 부러워진다.


밋밋한 몬주익 성
미술관을 나와 걸어서 몬주익 성으로 향했다. 잠시 길을 잘못 들어 올림픽 스타디움 쪽으로 가는 바람에 한참을 더 걸었다. 인터넷에는 몬주익성을 보러 가는 것을 권장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던데, 언제 이 곳에 다시 올 수 있겠나 싶어 가 보기로 했다. 걸어가는 것도 좋지만, 웬만하면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좋다. 걸어 올라가 보니 힘들다. 휴~

작은 벽돌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성벽이 단단해 보인다. 시멘트로 어설프게 보수를 한 흔적이 곳곳에 보이고, 성 위에는 그 옛날에 썼던 대포도 여럿 있는 것으로 보아 오래전에는 싸움이 잦았던 모양이다. 성의 남쪽은 바다라 이곳이 육지를 지키는 전초기지가 될 수밖에 없겠다. 성 아래쪽에 바다를 매립해서 항구를 만들었는지, 선적을 기다리는 컨테이너가 쌓여있고 저 멀리에는 화물선들이 유유자적이다.

성 위에서는 바람이 많다. 성 아래와는 확연히 다르다. 4월 오후의 바르셀로나의 날씨는 스페인 사람들처럼 다혈질이다. 수시로 더웠다가 추웠다가 한다. 버스를 타고 스페인 광장까지 내려왔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광장 옆 Tapa 레스토랑에서 스페인의 대표 음식 빠에야를 먹었다. 1인분을 주문했는데 둘이서 먹어도 될 정도다. 맥주 안주로도 그만이다. 주문하고 적어도 20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가격은 19.5유로.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스페인의 여행의 첫 맛을 음미했다.

 

[여행 Tip]
1. 바르셀로나는 전철과 버스가 잘 발달되어 있어서 굳이 시내 쪽비싼 숙소를 잡을 필요가 없다.
2. 스페인 광장-카탈로니아 미술관-몬주익 언덕(성)을 관람하려면 높은 쪽인 몬주익 성을 버스로 이동한 다음에 내려오면서 관람하는게 좋다.
3. 몬주익 성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가 있긴 한데 광장까지 오려면 버스를 다시 타야 한다. (왕복 12.5유로, 편도 8.5유로)
4. 몬주익 성은 매주 일요일 오후 3시에 무료로 입장 가능하나 줄이 길다. 무료로 들어가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유료 입장은 5유로.
5. 빠에야는 2명이 먹을 때는 1인분만 시켜도 그리 부족하지 않다.(가격은 대체로 20유로 이내), 맥주를 곁들여야 제 맛이다.
6. 택시 탈 때는 잔돈(1, 2, 5, 10유로짜리)을 가지고 있어야 손해를 안 본다.

 

/다음 호에는 ‘제3화 사람을 끌어 당기는 것은 신이 아니라 사람이다’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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