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다 가는 스페인, 포르투갈<1> 해외여행을 또 가는 이유

-스페인-포르투갈 여행 가는 날

좀 긴 학교 휴업일에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정보를 찾고 준비하면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먼저 다녀온 여행자들의 후기가 많았다.
먼저 다녀온 사람들에게는 추억을 되살리게 하고, 여행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에게는 작은 도움을 주고자 여행후기를 남긴다.
<남들 다 가는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후기는 7일간의 일정과 두 개의 에피소드를 더해 9화까지 이어진다.


좀이 쑤신다. 엉덩이에 불이 나는 듯하다. 방콕 수나완폼 공항에서 탑승하여 9시간을 넘게 좁은 좌석에 앉아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중간 기착지인 취리히 공항에 도착하려면 아직도 1시간을 더 가야 한다. 거기서 한 시간 반을 기다렸다가 다른 비행기로 갈아타고 최종 목적지인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갈 예정이다. 취리히에서 바르셀로나의 엘프라트 공항까지 1시간 40분이 소요되니 비행기 안에서 보내는 시간만으로도 13시간이 넘는다.

자리가 넓은 비즈니스 석에 앉아서 가면 좀 더 편하겠지만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그런 호사를 누릴 형편은 되지 못할 것 같은데, 그렇게 내 사정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해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게 비행기 안에서의 긴 시간이다. 음악도 듣고, 책도 읽고, 맥주 마시고 살짝 취해 잠을 자도 시간이 참말로 더디게 간다. ‘다음에는 이렇게 멀리 가는 여행은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언제 그런 생각을 했냐는 듯 또 일을 만들고 만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경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방콕까지야 6시간이면 되지만, 방콕에 살고 있는 지금, 9일간의 긴 연휴를 가까운 이 곳주변에서 보내랴. 가자, 멀리~

방콕 수완나폼 공항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은, 비행기 안에서 서너 시간이 지나도 예전의 고통스러운 느낌이 떠 오르지 않는다는 거다. 여행의 설렘때문일까. 그러다가 5시간 정도 지나고 나면 스멀스멀 그 고통의 기억들이 엉덩이 어딘가에서부터 기어 나오고야 만다. 몸이 뒤틀리고 허리가 아프다. 종아리 근처도 뭉쳐서 욱신거린다. 일어서서 통로를 왔다 갔다 해보고, 앉았다 일어섰다를 해 보면 좀 나아지긴 하는데 그것도 그렇게 오래가지 않는다.

그럴 때는 여행 생각이나 하는 게 상책이다. 눈을 감고 이번 여행 계획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사그리다 파밀리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다녀온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놀라움을 나도 느낄 수 있을까? 구엘공원이 그렇게 이쁘다는데, 까사 밀라는 어떤 놀라움을 선사할까? 카탈로니아 미술관에서 그동안 책에서만 봐왔던 그림들을 찬찬히 살펴봐야지. 아침은 커피랑 빵으로 여행의 분위기를 만끽할 거야.’ 그러다 살짝 잠이 들면 두 어 시간은 고통 없이 다행스럽게도 잘 지나간다.

비행기 안에서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래도 지금 이 나이니까 이렇게라도 먼 길을 가는 거라고. 한 10년쯤 지나 육십 나이를 넘고 나면 몸은 더 견디기 힘들어질 텐데 그땐 정말이지 가 보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테니 지금 이 정도는 견딜 수 있는 거라고. 그러니 군소리 말고 행복한 줄 알고 즐겁게 다녀오자고. 어쩌다 공항이나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내 나이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되면 참 대단하다 싶다. 나도 할 수 있을까 싶다. 마음이야 늘 청춘이라 억지를 쓰지만, 몸이라는 게 어디 맘대로 되나.

그러다 이런 생각에 미치면 나이 들어서 하는 여행도 참 좋을것 같다.

‘지금처럼 하루 종일 바쁘게 유명 관광지를 찾아다니며 사진찍고, 맛집 찾아 인증샷 올리는 여행은 안 할 거잖아.’
‘좀 느리게 걷고, 더 천천히 보고, 맛을 더 오래 음미하면서 시간을 천천히 즐길 수 있겠구나.’
‘더 느리게 걸으면 젊은 시절 보지 못했던 것, 느끼지 못하던 것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정신 차린다‘. 그건 또 그때 생각하고, 지금을 이 시간을 즐겨보자’
낯섦을 만나는 여행은 나이 생각을 저만치 날려버린다.
한 사람 몸이 겨우 들어가는 샤워실쯤의 불편함도 능히 감수하게 한다.
김치찌개, 삼겹살 생각을 한 열흘쯤은 참을 만하다.
그래도 하루 종일 걷은 건 좀 힘들기는 하다.
그나저나 이번 여름에는 또 어디를 가지?
‘아이고, 벌써 또 거시기를 잊은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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