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의 "태국 이야기"(23) 시험관 아기, 태국 고령화 사회의 해답인가?

시험관 아기, 태국 고령화 사회의 해답인가?

 

40년 전인 1978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시험관 여자아기가 태어났다.


그로부터 7년 뒤 한국에서 쌍둥이 남매가 태어났고 2년 뒤인 1987년엔 태국 쭐라롱꼰 대학병원에서 태국 최초의 시험관 아기가 태어났다.


당시 태국에 뜨거운 생명윤리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세상에 나온 남자아이의 이름은 파온윗 스리사하부리. 올해 31세가 되었고, 엔지니어의 삶을 살고 있는데 지난 12월 16일엔 자신이 태어난 같은 똑병원에서 아버지가 됐다. 그의 2세는 3.2kg 아들로 자연분만 됐다.


쭐라롱꼰 병원은 태국 첫 시험관 아이를 30년에 걸쳐 관찰해 왔다며 2세도 DNA와 염색체 검사들을 통해 건강한 상태라고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한 세계 평균 출산율은 여성당 2.1명인 가운데 태국은 1.5명으로 아세안에선 싱가폴에 이어 2번째로 낮다. 출산율 저하는 노동력 부족 현상과 함께 급속한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초래해 2040년엔 태국인구의 절반이 65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태국 사회와 언론들은 태국 첫 시험관아기 스리사하부리가 2세를 얻은 케이스를 자세히 소개하며 고령화 시대에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긍정론들을 주로 펴고 있는 모습이다. 첫 시험관아기에 성공한 쭐라롱콘 병원은 태국에선 처음으로 난소 냉동보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도 소개됐다.


영국에서 시험관아기가 처음 태어났을 때‘ 원자폭탄 이후 인류에 가장 큰 위협’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생명윤리가 크게 우려됐다. 그러나 40년이 흐른 현재 전세계적으로 800여 만 명이 인공수정을 통해 태어났으며, 태국에서도 매년 2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다. 시험관 아기는 이제 더 이상 뉴스의 소재도 못된다.


시험관 아기의 의학적 명칭은 체외수정 및 배아이식(In vitro Fertilization-Embryo Transfer, IvF-ET). 난자와 정자를 인위적으로 채취하여 시험관에서 배양 수정한 뒤 여성의 자궁내막에 이식해 임신하는 방법이다. 불임부부들에겐 2세를 얻는 절대적인 방법임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태국에서 시험관 아기는 대리모 문제와 얽히며 빈번하게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014년엔 한 일본인 남성이 태국인 대리모들을 통해 13명의 신생아를 한 곳에서 대거 기르고 있다 발견돼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태국 법은 대리모의 상업적 악용을 막기 위해 외국인이 태국 대리모를 이용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대리모 출산과 관련된 의사들은 태국 의료협회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인의 경우처럼 사각지대가 많고, 법의 경계도 모호하다. 친척에 한해 인정하던 대리모도 2013년엔 적용범위를 확대했다. 대리모는 임신경력이 있는 20-35세 여성으로 규정하고 반드시 보수를 지급받도록 해 오히려 대리모 양산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 같기도 하다.


2016년 태국 중앙 청소년가정 법원은 미국 국적 남성과 스페인 국적남성이 태국인 여성을 통해 대리 출산한 여아의 양육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대리모가 자신이 낳은 아기가 동성커플의 아이임을 알고 여권발급에 서명하지 않자 법정분쟁이 벌어진 것인데 태국 법원은 외국인 남성커플의 손을 들어준 것이었다. 한국은 태국과는 반대로 얼마전 대리모를 민법상 자녀의 어머니로 인정하는 판결이 나와 논란이 됐다.


양육권의 법적 시비와 함께 시험관 아기의 더욱 큰 문제는 생명윤리의 논쟁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른 바 ‘유전자 편집’ 때문이다. 중국에선 최근 유전자 편집을 거쳐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 아기가 탄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 유전자에 난자를 기증한 여성도 부모인가 하는 논쟁도 나라마다 다르다. 2018년 3월 영국에선 세부모 아기 체외수정을 허용했지만 한국 등은 유전자 조작을 우려해 불허하고 있다. 대리모도 유럽은 대부분 법적으로 금지하지만 미국은 11개주나 허용하고 있다.


난자와 정자를 채취한 뒤 유전자를 조정해 외모나 키를 선택하고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 슈퍼생명이 태어나는 것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2세를 얻기 위한 절박함에서 비롯된 과학기술이 생명탄생의 자연법칙까지 거스르는 세상이 올까 사뭇 두렵다. 사람은 그 자체로 존귀하며 소중하다.


인간수명 연장에 따라 각 국이 처한 고령화 사회도 아기를 낳아 기르기 어려운 경제적 요인과 개인주의의 확산, 육아가 쉽지않은 여성의 노동환경과 사회구조 등 복합적 요인으로 초래되는 문제다. 태국 언론들의 보도처럼 시험관아기 시술로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사진출처 : 더 네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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