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충청도, 등에 업기보다 품에 안는 사람이 그립다

전영주 충청지역신문협회 부회장

김시습은 “충성스런 신하는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며 세조의 왕위 찬탈을 반대하고 단종을 향한 충절을 지킨 ‘생육신’ 중 한 명이다. 그는 “‘최선의 정치’란, 훌륭한 정치를 하고자 하는 바람을 갖고 의도적으로 일을 벌이는 게 아니라, 순리를 따르는 데서 이뤄진다”고 갈파했다. 오백여 년 전, 이미 그는 2022년 대한민국 대선 정국의 ‘정치의 정석’을 미리 정의해 놓은 듯하다.

 

충청도 민심이 대통령 당락을 결정해 왔듯이, 대선에서 충청도는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었다. 캐스팅보트를 뛰어넘어 충청권을 발판으로 대권에 발돋움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김종필을 필두로 이회창, 이인제, 안희정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반기문, 심대평, 이완구 전 지사도 반짝 했으나 이들 모두 충청도의 한계이자 동시에 가능성이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양승조 지사의 대권도전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4월 27일 민주당 소속 충남도의원들이 양승조 지사의 대선 출마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재명 지사 지지 선언’, ‘초선 도지사로서 도정에 전념해 주길 바라는 충정’ 등의 사유로 4명이 불참했지만, 민주당 소속 도의원 29명이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가지며 양 지사의 등을 떠밀었다.

 

지난 3일, 독립기념관에서는 충남 교수 100인은 “양승조 충남지사 대선 출마하라”면서 성명을 내고 대선출마촉구선언문을 낭독했다.

 

허약한 명분으로 등 떠밀려 출정하는 대선길

 

어쨌거나 대다수 도의원과 기타 단체 등의 결의대회 후 대선후보 수락과 선언을 하려는 즈음이다. 이러한 모양새는 진보 진영의 운율과 엇박자다. 올드하고 뻔뻔한 절차로, 이승만 정권과 군사독재정권에서 자행되었던 관제 데모의 데자뷔처럼, 속칭 ‘짜고 치는 고스톱’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도지사는 거대한 개혁 담론도 중요하겠지만, 도민의 삶이 티끌만큼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작은 성과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한다. 또한 도민이 주목하고 있는 도정현안에 ‘우리도 주목하고 있음’을 표명해야 한다. 그래야 당장 적절한 해법이 없더라도 도민들은 도정을 믿고 안도하며 당분간 현실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재·보선 참패는 단순히 몇몇 정책 실패 탓이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의 시선과 대리인의 시선이 엇갈린 결과다.

 

작금의 충남 도민은 기나긴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사투로 몸과 마음이 피로하다. 일자리가 부족하고, 기업은 힘들고, 장사가 어렵고, 노후가 불안하고, 백신을 빨리 맞고 싶다. 그런데 도지사는 딴소리를 한다.

 

정부가 “충청권 대형 사업의 예타 면제를 시켜주지 않는다”, “충청권을 홀대한다”, “본인이 충청대망론의 주자다” 등을 언급하며 ‘대권 도전의 당위성’만을 내세우면서, “명실공한 충청맹주가 대권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기치를 앞세우고 있다. 이런저런 대의명분은 일견 그럴싸해 보인다.

 

대한민국 도지사가 대통령에 출마하면서, 굳이 이런저런 명분 내세우고 여러 사람 동원해 가면서 많은 이야기를 할 필요까지 있을까? 무엇이 두렵기에 도민 앞에 당당하고 의연하게 출마를 선언하지 못하고, 등 떠밀려 출정하는 어정쩡한 모습을 연출하는지 모르겠다.

 

순리에 따르는 최선의 정치 펼쳐주길

 

2년 전, 문대통령이 참석한 “충남 해양신산업 발전전략 보고회” 때이다. 당시 우리 신문사 소속인 ‘가온소년소녀합창단’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내포에 오신 것에 대한 환영의 노래를 불렀다. 합창단을 인솔하고 갔던 필자는 본의 아니게 그날의 행사를 리허설부터 본행사까지 자세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양 지사는 패기만만했고 도전심 또한 넘쳐 보였다. 도정 핵심과제로 제시한 ‘해양수산 신산업 혁신전략’과 도정현안에 대한 극복의지가 돋보였다. 시간이 흐른 지금 묻는다. “그런 초심이 이제도 여전한가?”

 

불행하게도 초선의 정풍운동과 개혁의 담론은 찾아보기 어려운 분위기다. 도민의 삶과 민생고는 뒷전으로 밀려난 채, 오로지 이번 기회에 ‘충청 맹주’가 되고자 하는 의지만 엿보인다. 이번 재·보선 참패 주요 원인인 일부 특권층의 부동산 투기 같은 ‘기회주의’가 또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대권 도전”이라는 정치적 의제로 둔갑된 듯싶다.

 

이리도 하수상한 시절에 난세의 영웅 이순신 장군이 생각난다. 충무공 이순신의 생가터는 서울 충무로 ‘명보극장’ 자리다. 그래서 ‘충무로’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산 현충사의 이순신을 추억한다. 충청도를 ‘충절의 고장’이라고 하는 이유도 이순신 장군에서 연유된 것으로, 그 충절의 기개가 이곳 충청에서 성장하고 결혼하면서 성숙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12척의 배로 왜적과 맞섰다. 작은 예산으로 누란의 위기를 극복했다. 한 나라를 잘 다스리려면 작은 예산부터 잘 써야 한다. 충청남도 지역언론지원사업 3억원의 예산도 적재적소에 사용하지 못해 파열음을 자초하고 있는 충남 도지사다. 그런 그가 20만배 규모의 560조 대한민국 큰 살림에 도전장을 던지려 하니,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충청권에서 용솟음치는 선비 이미지의 양승조 도백의 대권 도전 소식에 도민이라면 응당 더불어서 기뻐하여야 마땅하리라. 그런데 좀 이상하다. 꿋꿋하게 난세를 지켜냈던 이순신 장군이 오버랩되면서, 마지막 국정과제인 검찰개혁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박범계 법무장관에게로 눈이 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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