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관의 방콕단상斷想(15) 미소잃은 불친절 방콕택시 연대기

미소잃은 불친절 방콕택시 연대기



언젠가부터 태국생활에서 접하는 애로사항의 하나로 대두된 것이 택시의 승차거부와 바가지 요금인데, 그 어처구니없는 정경이 ‘Amazing Thailand’ 수준을 넘어 거의 ‘Terrible Thailand’ 지경에 이르고 있다.


- 목적지를 말해주면 메터를 사용치 않고 그냥 적당히 1~2백 바트 올려 부르거나, 십 바트 이하는 무조건 거스름돈 미지급

- 행선지가 교통 혼잡 우려가 조금이라도 있는 곳이면 손을 내저으며 다짜고짜 ‘마이다이~’를 외치거나 ‘노~ 개솔린’ 운운 또는 차 세우고 행선지 듣고나서야 막무가내로 ‘탐응안 래우’라고 승차거부

- 목적지로 운전하고 가던 중에 교통체증이 발생하면 다짜고짜 투덜거리며 중도 하차요구 내지는 추가비용 요구 

- 손님이 원하는 관광행선지로 안가고 자신이 더 좋은 곳을 알고 있다며 그리로 가기를 강권

- 한 밤중에 공항에서 시내로 오던 중, 납득 안가는 이유를 불현듯 들이대며 중도에 다른 택시로 환승할 것을 강요하기 등의 묻지마 승차거부 사례가 폭증일로에 있다.


사실 방콕의 택시요금은 가성비 있다고 소문난 태국의 일반적 물가를 감안한다해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기에, 나름 ‘Land of Smile’로 이름난 태국의 택시운전사들이 왜 이리도 불친절해졌을까를 찬찬히 생각해 보면, 이는 어쩌면 ‘국민성’과는 거리가 먼 일종의 ‘경제논리’가 우선이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저가 택시요금체계와 그에 따른 택시운전사의 열악한 수입 여건이 방콕의 악명 높은 교통혼잡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어처구니 교향곡’인 셈인데, 이는 마치 우리나라가 70년대 경공업 육성을 통한 경제발전의 저임금 토대를 만들어내기 위해 농촌을 황폐화시키면서 라도 공장 가동을 극대화하는데 투입되어야 할 저임금 공장 노동자들의 하루 세끼 취식보장을 위해 악용했던 ‘저곡가 정책’과도 많이 닮아 있다.


요는, 대중교통 인프라가 미흡한 태국이 ‘가성비를 내세운 저비용 관광국가’ 라는 아이콘을 지속 유지는 해야겠기에, 관광객들에 대한 이동성을 보장코자 택시비 인상을 여타 물가 인상율 대비 현저하게 낮게 억제하여, 심지어 택시요금 시준점의 상징인 기본요금은 오랜 세월동안 아예 붙박이로 고정시켜 인상치 않는 현실이 만들어 낸 기현상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뭐든지 ‘과유불급’이듯이, 이런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저가택시비 운용정책이 이제는 관광객들 뿐 아니라 방콕에 눌러사는 외국인들로 하여금 태국체류시 느끼는 불만사항 1호로 오르내리고 있다. 


또한, 이런 저가 택시비와 교통혼잡이 주요인인 ‘방콕 택시운전사 불친절’은 작금의 ‘태국 생계물가 상승’ 이라는 또 다른 사회경제적 배경과 뒤섞여 날로 가중되고 있는데, 이를 회피하려는 태국인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소득수준은 뒤로한 채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할부승용차를 구입케함에 따라 이로인한 교통혼잡이 더욱 가중되는 악순환을 보이고 있다.


어쨌건, 알게모르게 미소의 나라 태국이 이런저런 사유로 웃음을 잃어가는 와중에, 이따금씩 사소한 견해차이로도 심한 분노조절 장애를 일으키는 사람들까지 심심차놓게 목도하게 되는터라, ‘경제성장과 인간성은 반비례’ 함을 다시한번 확인케 되는 요즘이다.


태국의 국민소득이 지금의 절반이하였던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방콕의 택시는 미터기라는 것 자체가 없었고, 택시운전사와 승객이 택시문을 열고 서로 웃음지으며 흥정하여 탑승했었으며, 그때도 방콕의 교통혼잡은 세계적으로 악명 높았건만, 지금같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묻지마 택시횡포는 없었다.


그 때도 방콕은 늘 변함없이 더웠고 도로는 막혔지만 사람들은 미소를 잃지 않았었고, 러시아워에 택시 타고 가다가 갈증이나면 중간에 잠깐 세워달라해서 편의점 들려 음료수를 사서는 택시운전사와 나눠마시며 가던 길을 다시 재촉해도 미소로 맞이하던 방콕의 택시운전사들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