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관의 방콕단상斷想(4) ‘혼밥’의 사회학, ‘밥사’의 경제학

‘혼밥’의 사회학, ‘밥사’의 경제학

 

언젠가부터 ‘밥퍼’ 봉사는 커녕 ‘혼밥’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니, 술도 ‘혼술’에 잠도 원룸에서 혼자 자는 ‘혼잠’을 청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니 급기야 일도 컴퓨터 앞에 혼자 앉아서 해대는 ‘혼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게다가 요즘 젊은층들 사이에서는 ‘밥사!’ 경제학(?)이 입버릇 처럼 행해지고 있어서, 뭔가를 누구에게 조금이라도 해주면 의례 ‘밥사!’라고 질러대는 언행도 허다하게 보여진다.

한창 때 직장생활시에 들은 이야기로는 혼자 점심을 먹는 간부사원은 인사과에서 사회성이나 협동성이 낮은 문제직원으로 예의주시한다고 할 정도였는데, 요즘은 혼자먹는 편의점 도시락이 불티나게 팔리고, 1인전용 메뉴와 좌석을 완비한 식당들도 늘어나는 추세가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거의 세계적 추세라 하니 실로 걱정스러운 면이 있다.

벌써 오래전 이야기이기는 하나, 90년대 중반 방콕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일식집에서 일인들이 만화책을 보면서 맥주 한잔 따라 놓고 혼자서 외로이 우동을 후루룩거리는 모습이 참 낯설게 느껴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이곳 국제적인 도시 방콕에서도 내국인과 외국인 할 것 없이 ‘혼밥’ 문화가 정착되어져 가고 있는 세태이고 보면.

원래 우리나라는 일을 할때도 서로 힘을 합해 울력과 두레라는 공동체 노동을 통해 성과를 일궈나가는 것을 자긍심으로 여기고, 그렇게 함께 힘을 합해 노동한 이후에는 다 같이 커다란 양푼에 밥과 반찬을 함께 비빈 비빔밥을 나눠먹고는, 서로 술잔을 부어주는 술권하는 문화에, 온돌방에 나란히 누워한 이불을 덮고 자는 전통을 가진 민족이었던 바, 혼일, 혼밥, 혼술, 혼잠의 나라가 아니었을 뿐더러 서로 만나면 ‘밥 먹었냐?’하고 인사하는 민족이었음은 물론, ‘오늘은 내가 한 잔 살께’ 하는 사회분위기가 지나칠 정도로 충만(?)하여 오히려 필요이상의 허례가 걱정이던 나라였었는데 말이다.

물론, 여러가지 측면에서 더 이상 전통사회의 정(情)에만 얽매여 살아갈 수 없는 팍팍함이 있음과 동시에, 각종 시스템속에서 일사불란하게 돌아가는 효율속에서 얻어지는 성과와 재미 또한 쏠쏠하고 바쁜 일상속에서 공동체 문화에만 주목하며 살아가는 것도 현실성이 없는 일이긴 하다.

그렇지만, 혼자 독불장군처럼 ‘장군은 자작(自酌) 하는 법’이라고 포효하며 셀카를 찍어 댄 들 우리네 삶이 ‘산속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일수만은 없기에 조용필이 그토록 역설적으로 ‘자신이 고호 보다는 덜 불행하다(?)’고 절절히 소리쳐 노래 불러대었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 어느새 한발 다가선 우기이다 보니, 비도 줄줄 내리는 타국생활 저녁에, 바쁘다는 핑계로 잊고 지내는 지인들에게 전화라도 해서는, ‘밥사!’하지 말고 ‘밥살께’하며 만나서는 술 한잔 권해보면 어떨지 싶고, 더 나아가 현지 고아원이나 어려운 노인들에게 ‘밥퍼’ 봉사라도 해보는 자리를 만들어 보면 어떨지 싶다. 그러고 나서는 응당 뒤풀이로 ‘혼밥’ 아닌 ‘양품 비빔밥’을 하나 가득 비벼낸 후, ‘혼술’ 말고 다 함께 ‘권주가’라도 부르면서 말이다.